By 청빙위원회 김주용

‘햇빛에 비취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비취면 야사가 된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이 이야기들은 공식적인 역사가 아닌 청빙야사로 남기를 바랍니다.

석 달 가량 색깔이 다르고 배경, 경험도 다른 아홉 분의 청빙위원이 20회 가까이 모이면서 에피소드들이 없었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하겠지요. 더군다나 담임목사의 청빙이기에 보안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편의 스파이 영화를 찍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주님의 역사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 이렇게 다양하고 각양각색의 청빙위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목사님께로 일치되게 하신 것이었고 매 번 모일 때마다 기대감, 반가움과 감사함으로 석 달여의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Mission Impossible!
2000여명의 교인들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기만 한 임무였습니다. 무엇보다 나이, 성별, 취향, 배경, 경험이 다른 9명의 청빙위원끼리도 함께 마음 맞기가 어려운데 우리가 어떻게 이 일을 감당하겠느냐, 처음부터 고백하고 주님께 맡겨 드렸습니다. 원로목사이신 이 목사님도, 진 목사님도, 청빙위원 누구도 마음에 둔 후보 목사 한 분도 없이 완전한 백지 상태였습니다.  청빙위원회가 하는 일이 아니라 주님께서 이미 우리 목사님을 예비해 주셨고, 우리의 눈과 귀를 뜨게 하셔서 예비하신 목자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이 일은 결과적으로 주님께서 모두 예비하셨고, 우리는 그것을 찾도록 노력했던 것을 고백합니다.

훈련과 시작
관리자 훈련 과정에 80:20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첫 20%의 준비가 결과의 80%를 결정한다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도 첫 모임을 하면서 첫 모임이 중요하고 처음에 과정을 결정하면 나중에 따라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여 후보 이름도 없는 상태에서 청빙 과정과 평가 기준 등을 미리 만들었습니다. 또 예전에 철저하게 훈련 받은 “절대로 배고픈 상태에서 회의를 하지 않는다”는 철칙에 따라 매 월요일 저녁에 돌아가면서 자비로 도시락을 주문해서 포만감 속에서 모든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좋았고, 메뉴도 좋았고, 결론도 좋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청빙위원들 사이가 아주 가까워졌습니다.  첫 모임에서 안건에 결정이 안되면 2/3투표로 결정한다는 원칙을 만들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한마음으로 거의 모든 사항들이 투표없이 결정되었습니다.

보안 유지
많은 교인들이 궁금해 하시고 매주 뵐 때마다 “잘 되어가지요?”하고 물으시는 교우들께 참 많이 미안했습니다.  인사 관계의 일이고, 후보 목사님조차 자신의 이름이 추천된 것을 모르는데 저희가 함부로 이름을 발설할 수는 없었습니다. 40명의 목사를 평가하면서 혹시나 말이 새나가면 그분께 누가 되고, 또 어떤 목사께서는 본인도 모르게 후보로 추천 되셨고, 또 후보에 올라간 목사님의 이름이 우리 교회에서 오르내리면 혹시 그 교회에서 문제가 생길까 염려하여 누구라고 말도 못 하고 교회 이름이나 지역도 거론하기 힘들었습니다. 우스개 소리지만 우리끼리 가공의 이름을 만들어 흘리는 역 정보까지 생각을 했었습니다. 철저한 보안 속에 청빙위원들이 조심해서 후보 목사님들의 이름이 마지막까지 잘 보안이 지켜졌지만, 오히려 교우들에게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 

정보 수집
추천 목사님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본인께서 신청하신 분들은 본인의 이력서와 추천서, 경력 등을 잘 요약해서 보내시니까 문제가 없었지만, 추천 받은 분은 본인도 모르고 있고, 저희도 우선 순위 작업을 할 수 있는 만큼의 정보가 필요한데 인터넷을 뒤지고, 교회 웹사이트, 신학교 및 인맥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파악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지구촌교회 비서실에서도 도움을 받았고 심지어 한국에 출장가시는 집사님께도 주일, 혹시 다른 일정이 없으면 모교회에 다녀오라는 미션도 드렸고 훌륭히 정보를 수집해 오셨습니다. 

침투 작전
후보 목사의 교회에 정탐을 가면서, 교인 직분에 거짓말을 할 수는 없고, 목사님 뵈러 왔다고도 할 수 없고, 다른 출입구로 들어가서 따로 앉아 예배를 드리고 무슨 말을 할까, 어떻게 새신자 환영팀에게 말을 해야 할지도 미리 걱정이 되었습니다. 변장을 하고 갈까, 무슨 말로 둘러댈까.  교인들을 만나 목사의 평판도 들어보고 예배 분위기 파악 등 여호수아와 갈렙처럼 정탐 역할을 톡톡히 하였습니다. 모 위원은 턱수염을 면도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목 타는 기다림
이 목사님께서도 저희도, 참 주님이 인도해 주셨다고 고백하게 된 결정적인 일 중 하나는 면접 중에 이 목사님께서 상위로 올랐고 가까이 계시니까 일단 연락을 취하자고 결정이 되어 불쑥 연락을 드렸는데 마침 2주간의 가족 휴가를 떠나기 이틀 전이었습니다. 휴가를 다녀오시면 진 목사님도 한국으로 떠나게 된 상황에서 이 목사님께서는 휴가 다녀오셔서 연락하자고 하시는데 저희가 목사님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진 목사님께서 며칠 후면 떠나시는데 그 전에 한번 만나보시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으시겠냐고 말씀 드렸더니 기도해 보고 연락 주겠다고 약속하셨고, 그날 밤에 연락을 주셔서 당장 다음 날 점심 식사로 시간이 잡혔습니다.  이 목사님, 진 목사님, 청빙위원들 모두 바쁜 일정 가운데 갑자기 시간을 내어, 짧은 비공식 만남이었지만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모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오전에 연락을 드리고 저녁의 전화를 기다리던 하루는 우리 청빙위원 모두에게 아주 길었던 목이 타는 한 나절이었습니다.

첨단 스파이용품
스파이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첨단 스파이 도구들이지요. 실리콘밸리의 교회답게 멀리 계신 목사님의 면접을 위해 화상전화 (Video Teleconference)도 사용하였고, 필요하면 나중에 DVD로 만들어 배부할 준비도 하였습니다.  목사님을 만나 면담하는 동안 초소형 digital recorder로 2 시간의 면담을 모두 녹취하여 당일 밤에 모든 청빙위원들께 돌렸습니다.  후보 목사님들의 설교 동영상들이 파일 사이즈가 너무 커서 이메일로 소화가 안 되어 미디어부와 웹 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정말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우리 미디어 팀에서 많은 첨단 기술로 도와주었습니다. 매주 청빙 소식을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교회도 우리교회 밖에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모든 청빙 서류들도 나중에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서버에 실시간 보관하였습니다.

비밀 접선
또 후보 목사님의 공식 면접을 위해서 만나면서도 스파이 접선처럼, 우리교회 인근에서 만나면 혹시 소문날라 또 목사님의 교회 인근에서 만나면 그 교회 교인들 눈에 뜨일까 하여 중간 지점에서 만나고, 혹 한국 교인을 뵐까 염려되어 양식당을 찾느라, 또 조용한 회의실을 찾느라 적당한 식당 찾는 데만 3일을 보냈습니다. 보안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4곳에 예약을 해놓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용의주도함도 있었지요. 결국은 저희 교회와 목사님의 교회 중간 지점, 거의 1시간을 운전하고 가서 면접하고 돌아왔습니다. 교회를 떠나면서 혹시 미행이 있나 확인도 물론 했습니다. 다분히 스파이들의 비밀 접속 현장을 체험한 날이었습니다. 

갈등
청빙위원회 내에서 별다른 갈등 없이, 투표할 일도 없이, 모두 기도와 은혜 가운데 한마음으로 결정되었고 진행되었습니다. 한가지, 몇 주에 걸쳐 토의 안건에 오르내린 것은 청문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지난번 진 목사님께서 우리 교회로 부임이 결정되셨던 것이 결정적으로 청문회에서 좋은 인상을 주셨기 때문이어서, 교우들 사이에서 이번에도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교우들 사이에서 목사님의 임기웅변과 순발력,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본 모습이 나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들과 또 그때는 특별 상황이었고 이제는 필요 없다라는 의견들이 있었고, 수차례 회의 끝에 만남의 시간으로 하고 질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모았습니다. 몇몇 교우들께서는 미리 스트레스성 질문 리스트를 만들고 청문회를 기다리신다고 하셨습니다. 결론은 원래 20분으로 계획되었던 질의 응답이 목사님의 너무도 성실한 대답으로 60분으로 늘어났고, 성공적인 만남의 시간이 되어서 결국 97.4%의 놀라운 찬성률로 통과하셨습니다.

희생
청빙 회의 때문에 자신의 생일조차 반납하고 생일상을 밤 9시에 받은 청빙위원도 계시고, 멀리 결혼식에 갔다가 그날 밤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어 밤새 운전하느라 다음 주 내내 꾸벅꾸벅 졸던 분도 계시구요. 직장과 교회 사이의 식품점에서 매주 음식을 날라주신 위원님, 후보 목사님의 교회를 방문하느라 주일 예배를 2곳에서 따로 드린 분도 계십니다. 목사님 면접 시 조용한 별실 달린 호텔 식당을 예약해서 비싼 음식값도 모두 청빙위원들께서 자비로 처리하느라 한달 용돈 미리 가불하신 줄 압니다.  청빙의원들 모두 자신의 은사대로 주님의 몸된 교회처럼 유기적으로 섬기셨고 기도와 헌신으로 서로 마음이 합해졌고 모든 일 제쳐놓고 청빙 만이 최우선 순위로 바쁜 석 달 동안에 좋은 결과를 가져온 줄 압니다. 40여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평가를 하느라 2-3년 동안 들을 설교를 한 달 사이에 다 들었습니다.  저녁마다, 주말마다 설교를 들은 것이 설교가 짧으면 40분, 길면 60분도 넘는 설교들이었고, 설교를 한두 개 듣고 후보 목사님을 평가할 수는 없었습니다. 

의심
청빙 과정을 통해서 보안에 신경을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교우들께 설명을 못 드리고 오해를 자초하였습니다. 왜 이렇게 서두르느냐,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니냐, 복안이 있는 것 아니냐 등등의 질문도 받았고 해명도 드렸습니다. 여러 교우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점은 담임 목사께서 교회를 떠나시는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정리가 안 되어 주춤하는데 청빙위가 발 빨리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담임 목사께서 떠나신 지 한 달 반밖에 안 됐는데 왜 벌써 후임 목사가 결정되어야 하느냐, 기다리면 안 되냐라는 질문에 올해 안에는 부임하셔야 하고, 현 사역을 떠나시려면 진 목사님처럼 두세 달은 걸린다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감사
먼저 감사하는 것은 추천을 해 주신 원로 목사님들이십니다.  20여분의 목사님께 추천을 의뢰 드렸고, 모두 기도하시는 가운데 추천을 해 주셔서 18분의 목사님을 추천 받았습니다.  신학교에서 가르치시는 교수, 개척 교회를 하시는 목회자, 정말 사역에 열심이고 귀한 사역을 감당하시는 목회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고 청빙위원 모두에게 축복이었습니다.

또 선출되신 이 목사님께 감사한 것은 다른 교회들과는 다른 우리 교회의 청빙 절차로 많은 위험과 불확실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 청빙 과정을 따라주신 점입니다. 우리교회 정관과 시행령에 따라 2차례 면접을 하고, 교회 설교도 하시고, 만남의 시간을 거쳐 청빙위, 목회협의회, 제직회, 사무총회의 4단계를 거쳐야 최종 결정이 나오고 중간에 뒤틀어질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사님께서 이 과정을 그대로 따라 주셨습니다.  자신의 교회에 알려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소문은 소문대로 퍼지고, 교회까지 가서 설교를 하고는 안 되었다고 하면, 본인의 체면보다는 자신의 교회 위상에 해가 되는 등 교인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에 시달리실 위험이 다분한 과정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교회의 주보에도 누가 설교하시는지 밝히지 않았고, 웹사이트에도 설교 말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참고 인내하고 기도해 주신 교우들께 감사합니다. 많은 의견들이 있고 보안 때문에 별 소식을 듣지 못 하셨지만 기다려 주셨습니다. 우리 목사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청빙위원회는 처음부터 청빙위원들만의 주관적인 선호가 아니라 우리교회에 필요한 목사님, 우리 교인들이 원하는 목회자상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하였고 처음부터 주님께서 예비하신 목사님을 찾는데 집중하였습니다

결과로 볼 때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적합한 목사님을 주님께서 예비하시고 보내주셨다고 확신합니다. 우리교회 앞으로의 사역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이 일은 우리 모든 교우들의 기도로 성취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절대로 청빙위원회나 개인이 한 일이 아니라 우리 교우들의 간절한 기도를 주님께서 응답하여 주셨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구절을 나눕니다.

“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그것을 만들며 성취하시는 여호와, 그의 이름을 여호와라 하는 이가 이와 같이 이르시도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예레미야 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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