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황영팔

7년 전, 사위와 딸이 이곳 실리콘 밸리로 이주하게 되었다. 사랑 안에서 믿음 생활 잘 할 수 있는 교회를 만나게 해 달라는 딸 아이의 기도 간청에 늘 기도하던 중, 좋은 교회를 만나 잘 정착하고 있다는 응답을 듣고 안심을 하였다. 그 다음 해에 새로 태어난 손녀를 만나기 위해 산호세에 왔고, 아이들이 예배드리는 산호세 제일 침례교회를 찾았었다. ‘화목한 분위기의 조용한 교회구나……’하는 느낌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6년 만에 다시 이 곳을 찾게 되었다.

그동안 사위와 딸로부터 새 목사님께서 부임하셨고, 새 건물로 이전하였으며, ‘뉴비전교회’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지만, 새 성전은 많은 면에서 나를 놀라게 했다. 우선 교회의 양적 성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1,2,3,4부의 예배와 영어 예배도 1,2부로 세분화되었고, 교인 수도 미국 내 한인 교회에서 손꼽힐 정도로 자라나 있었다. 그러나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러한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대형 교회에서 일어나기 쉬운 질적 성장의 부족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예배 후, 전 교인들이 각자 소속된 목장으로 가서 그날 설교 말씀을 가지고 토론하는 모습은 뉴비전교회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영아부부터 유치부, 유초등부, 중등부, 고등부까지 아이들이 각자의 연령에 맞는 예배를 드리고 찬양하며, 성경 공부하는 교육 시스템은 너무도 잘 짜져서 하나의 유기체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의 내일을 짊어지고 갈 2세들의 교육에 이렇게 열심히 투자하는 교회의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이런 교회에서 딸과 사위 그리고 손자, 손녀가 말씀 공부하고 신앙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가슴이 뿌듯하고 감사하였다.

이곳에서 보낸 3개월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손주들을 따라가 여름 성경학교(VBS)의 활기찬 생명력도 맛 보고, 목장 별 식당 봉사에 참여하여 셀 수도 없이 많은 식기들을 닦아도 보았다.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경험은 ‘무숙자 대접’ 활동이었다. 산호세의 African-American Center에서 주일 새벽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는 일이었는데, 목자로 섬기는 사위를 따라가 함께 봉사를 했다. 6.25 동란 이후 초등학생 시절, 미국의 구호물품인 분유와 옥수수, 밀가루 등으로 주린 배를 채웠던 경험이 있던 나로서는, 도움을 받았던 내가 그들에게 다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감사와 은혜를 느낄 수 있었다.

또 한가지 뉴비전교회에 와서 받은 은혜 중 가장 큰 은혜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는 것이다. 3개월 정도 체류를 예상하고 왔기에 새가족 담당이신 송영빈 목사께서 목장에 들어가시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흔쾌히 받고는 평화마을 3부 장년 7-2반에 배치를 받았다. 낯설음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나와 아내를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시고, 오랜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 주셔서 금세 목장과 교회에 적응할 수 있었다. 자유로운 토론과 성경 공부, 그 이후 모두가 함께 하는 맛있는 점심 식사와 친교 시간이 서로를 더욱 가깝게 하였다. 가족처럼 서로를 챙기고, 두 달에 한번씩 야외로 나가 예배하고 교제를 나누는 목장 식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성도간의 교제가 이런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진재혁 목사께서 한국의 다른 교회로 청빙을 받아 한국으로 갑자기 들어가시게 되었는데, 흔들림 없이 목사님을 축복과 기도 속에 보내드리는 뉴비전 교회 성도들의 성숙한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은혜로워 보였다. 보내는 아쉬움과 교회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성도와 교회가 하나되어 하나님을 붙잡고 성장한 뉴비전교회를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을 믿고, 뉴비전교회를 더욱 잘 이끌어 가실 좋은 목자를 보내주시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아마 이 글이 나갈 때쯤엔 이미 새로운 목사님이 정해져 있을 듯도 싶다.

이제 다시 한국으로 귀국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국 땅에서 딸과 사위, 손주들이 ‘외롭지나 않을까, 고생은 안 할까’ 하며 걱정했었는데, 하나님은 좋은 교회와 좋은 만남들을 통해서 하나님이 늘 함께 하시고 지켜주심을 보여주셨기에 이번 귀국의 발걸음은 아주 가벼울 것 같다.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늘 기쁨으로 나와 아내를 태워다 주신 집사님 내외분, 가족보다 더한 따뜻한 정을 나누어 주신 목자 내외분과 목장 식구들…… 지면으로나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 인생에 이런 좋은 경험과 시간, 만남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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